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이름이 뒤바뀐 이유, 정말 바이킹의 거짓말이었을까?
인터넷이나 SNS를 보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밈(Meme)이 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곳의 이름은 그린란드(Greenland)이고, 푸른 초원이 펼쳐진 곳의 이름은 아이슬란드(Iceland)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는 유머입니다.
흔히 떠도는 속설에 따르면, 초기 정착민들이 좋은 땅을 혼자 차지하려고 일부러 무서운 이름을 짓고, 척박한 땅에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좋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과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해외 저명한 역사 및 과학 매체들의 기록을 통해 두 나라의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를 꼼꼼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아이슬란드(Iceland) – 혹독한 겨울 앞에서의 직관적 명명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슬란드의 이름은 다른 사람을 쫓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속임수가 아니었습니다. 노르드인(바이킹)들은 새로운 땅의 특징이나 자신들이 겪은 경험을 지명에 직관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슬란드 역시 이러한 방식을 거쳤습니다. 미국, National Geographic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탐험가들이 찾아올 때마다 그들이 본 풍경에 따라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 스나이란드(Snæland): 처음 이 섬을 발견한 노르웨이의 바이킹 나도드(Naddodd)는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눈의 땅’이라고 불렀습니다.
- 가르다르스홀미(Garðarshólmi): 이후 도착한 스웨덴 바이킹 가르다르 스바바르손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가르다르의 섬’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착되었을까요? 정착의 기록인 랜드나마복(Landnámabók)에 따르면, 9세기경 이 섬에 도착한 흐라프나-플로키(Hrafna-Flóki)라는 인물에서 유래했습니다. 아이슬란드 환경당국
참고로 아이슬란드는 노르드인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이전, 아일랜드계 수도승(Papar)들이 먼저 머물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Árni Magnússon Institute
이름과 달리 아이슬란드가 온통 얼음으로 덮인 나라는 아닙니다. 국토의 약 11% 정도만 영구적인 빙상(Glacier)으로 덮여 있으며, 나머지는 화산 지형과 초원, 온천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북대서양 난류(North Atlantic Current)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북극권 바로 아래 있음에도 같은 위도권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보입니다.

2. 그린란드(Greenland) – 역사상 최초의 ‘마케팅’?
반면, 그린란드의 이름에는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홍보 목적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북유럽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붉은 에리크(Erik the Red)’를 알아야 합니다.
에리크는 아이슬란드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려 982년 추방형을 받게 됩니다.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서쪽으로 미지의 항해를 떠나 거대한 육지(그린란드)에 도착했고, 형기를 채우는 여러 해 동안 그 지역을 샅샅이 탐험했습니다. 미국, Smithsonian Magazine
추방 기간이 끝나고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탐험한 거대한 섬에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정착촌을 개척하고 싶어 했습니다. 당시의 북유럽 전승인 《붉은 에리크의 사가》에는 그의 심산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에리크의 이름 짓기는 실제 정착민을 모집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그린란드 남부와 서부 피오르 지역을 중심으로 노르드인 정착촌이 형성됐고, 전성기에는 약 4,000명에 이르는 인구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3. 기후의 진실 – “전부 다 녹색은 아니었지만”
그렇다면 에리크의 이름 짓기는 100% 사기극이었을까요? 현대 기후과학 연구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는 완전히 근거 없는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서기 800년부터 1300년 사이, 북대서양과 그린란드 남부에는 오늘날보다 상대적으로 온난한 기후 조건이 나타났습니다. 흔히 이를 ‘중세 온난기(Medieval Warm Period)’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따뜻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에리크가 정착한 그린란드 남부와 남서부의 피오르 지역에는 목초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노르드인들은 이 온화한 지역에서 양과 소를 기르며 농경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다만, 그린란드 전체가 푸른 초원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그린란드 국토의 80% 이상은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습니다.
4. 슬픈 꼬리말: 진짜 이름과 기후변화의 역설
최근의 지구 온난화는 이 역설적인 두 나라의 풍경에 슬픈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약 700년 동안 존재했던 ‘오크요쿨(Okjökull)’이 더 이상 움직이는 빙하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것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반면, 기후변화로 인해 그린란드에서는 빙하가 후퇴하고 식생이 확장되는 지역이 점차 나타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Greenland’라는 이름이 실제 풍경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Greenland라는 이름은 노르드인 정착민이 붙인 이름입니다. 현지 원주민들(이누이트)은 이 땅을 그린란드어로 ‘칼라알릿 누나앗(Kalaallit Nunaat)’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빙하와 초원을 넘어 그곳에 오랜 세월 적응해 온 현지인들의 주체적인 역사가 담긴 이름입니다.